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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보드 자료실 Ski & Board archives
조회수 8523
제목 서양인들은 왜 인터스키에 관심이 없을까
작성자 스키코리아
작성일자 2012-11-29
<미국의 레이싱과 인터스키>

미국을 대표하는 스키 단체는 USSA(U.S. Ski and Snowboard Association, 미국스키협회)이며, 모든 타입의 스키와 스노우보드 국가대표팀을 관리하는 단체입니다.
아울러 레이싱 코치 연수 및 자격 심사, 레이싱 클럽과의 연계, 학생 선수들과 학부모에 정보 제공 등 스키 경기에 대한 모든 것을 주관합니다.
생활스포츠와는 관계가 없다고 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또하나 작은 단체가 있는데, PSIA(The Professional Ski Instructors of America, 미국스키강사들)이며, 스키 강사들의 모임입니다.
미국의 경우 인터스키라는 용어를 사용하진 않지만 PSIA가 이에 해당한다 볼 수 있습니다.
심사를 통해 레벨을 부여하며, 자신의 레벨에 맞는 대상을 가르칠 수 있습니다.
가령 보드밀러, 린지본일지라도 레벨1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면 초급자만 가르칠 수 있습니다.(실제론 그렇게까진 아니겠지만 규정은 그렇습니다)
단, 레벨3의 지도자가 되려면 USSA의 초급 레이싱 코치 자격증을 취득해야 합니다.


두 단체 중에서 PSIA의 레벨이 한국의 레벨1~3에 해당하는 제도입니다.
한국과의 차이라면 Professional 이라는 말처럼 직업, 혹은 부업 스키강사들이 취득하는 자격증이고 그 외 사람들은 관심도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USSA 의 레이싱 코치 자격증을 가지고 있고, 가끔 PSIA 레벨3을 희망하는 강사들에게 레이싱코치 시험을 대비한 교육을 시키기도 합니다.
스키를 타는 물리적 능력만으로는 USSA의 레이싱 코치들이 평균적으로 월등하겠지만, 경기인이 아닌 일반인을 가르치는 측면에서는 오히려 PSIA지도자들이 더 낫습니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고, 초보자들의 특성을 잘 알고,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굳이 분류하자면 USSA 레이싱 코치들은 PSIA 지도자을 생활체육 지도자로 존중하며 필요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지원해주고, PSIA 지도자들은 레이싱 코치들을 운동선수로서 존경합니다.
좋은 PSIA 지도자를 만나 기초를 닦은 아이들이 선수생활을 하기 위해 USSA 에 가입해 레이싱을 배우는 것이므로 양자 모두 각자의 위치를 잘 지켜야 합니다.
둘은 경쟁관계가 아닌 상호협력 관계이며, 큰 그림 안에서 보자면 PSIA 는 USSA 의 한 부분 혹은 기반을 이루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 역시 레이싱은 생활스포츠가 아닌 엘리트체육입니다.
다만, 어린이들의 경우 동네 클럽에서 적은 비용으로도 맛을 볼 수는 있겠습니다만...레이싱답게 배우려면 연간 천만원 이상의 많은 비용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동서양의 문화적 차이>

그런데 왜 유독 일본에서는 폼 위주의 인터대회가 유행하는 것일까요?
작년에 미국에 연수를 온 일본 지도자들에게 들은 바로는 한마디로 '그들 나름대로의 재미를 찾는 것' 이라고 합니다.
인터스키는 레이싱보다 배우기도 쉽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참여하고 있고, 그 안에서 기술선수권대회 등을 통해 경쟁하는 재미를 느낀다고 합니다.
스키 용품사들도 일반인들에게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런 대회들과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한국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동서양의 문화차이입니다.
서양은 '나'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존중하되 의식하지 않습니다.
쉬운 설명을 위해 동양 문화에서 창피한 일을 몇가지 예로 들겠습니다.

1. 스키는 못 타면서 좋은 장비를 사용하면 장비데몬 소리를 들음
2. 구식이거나 등급이 낮은 장비, 오래되거나 값싼 스키복을 입으면 위축됨
3. 데몬복이나 팀복을 입고 패러렐도 제대로 못하는 경우 비웃음을 삼
4. 스키를 신(神)급으로 타면서 허름한 옷과 장비를 사용하면 괴짜 취급을 받음, 심지어 재수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음
5. 남들이 벤츠를 타면 나도 타야 위축되지 않음
6. 남이 사립학교, 외국인학교에 보내면 내 자식도 보내야 함..못 보내는 경우 상실감을 느낌
7. .........기타 여러가지........

미국에선 이런 일들이 전혀 창피한 일이 아닙니다.
남에게 신경쓰지도 않고 스스로 창피해하지도 않습니다.
스키타는 자세는 경기를 위한 수단일 뿐이므로, 선수가 아닌 이상 자세를 좋게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이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문화의 차이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중심의 문화에 살고있는 동양에서 1~5의 행동은 당연한 것인데, 무조건 비난하고 한심하게 보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동양에서 나서 자란 동양인이 자신들의 문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은 물론이니까요.
그리고 이는 단편적인 비교일 뿐, 저런 문화가 언제나 나쁘고 열등한 것 역시 아닙니다.

즉, 인터스키의 열기는 '남에게 보여지는 것'을 중시하는 동양의 정서에서 나온 것이니 "서양에는 없는 것을 왜 하느냐?"라는 단순한 논리로 비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서양인들은 '내맘대로 타도 피해주지 않고 즐거우면 그만' 이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에 인터스키 대회, 레벨취득 등에 관심이 없는 것 뿐입니다.
그러나 '전문가'의 영역으로 들어서게 되면 가혹할만큼 치열한 훈련을 하며, 때로는 피도 눈물도 없는 것이 서양인입니다.
USSA에 소속된 선수들은 승부욕이 하늘을 찌를 정도입니다.
선수에 대한 평가 역시 눈물이 쏙 빠질 정도로 가혹하게 합니다..격려는 하되 문제점들을 사실 그대로 냉정하게 전달하기 때문입니다.
예를들면 '선수로는 불가능하지 일찌감치 포기해라' 같은 평가를 미안한 마음 없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것이지요.

남은 남, 나는 나라는 관점을 가지고 남과 비교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서양인들에게 스키선수나 강사가 되려는 목적없이 단순히 스키를 잘 타기 위한 강습을 받는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든 일입니다.
많이 가졌다고 남을 무시하지도, 없다고 좌절하지도 않아야 하는 곳이니까요.(실제 그들도 비교의식을 가지고 있지만, 억제하는 훈련을 받아 참고 있는 면도 있습니다. 그 결과 정도가 좀 약해진 것 뿐이지 사람은 기본적으로 비슷한 성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과 한국의 여건>

예전에 한국에서는 무강습으로 타는 사람도 많던데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미국에서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대부분 일주일 정도 기초 강습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일 뿐 더이상 배우는 사람은 적습니다..한국에선 오히려 데몬 강습, 시즌 강습 등 상급자 강습이 많은 것 같습니다.
미국은 스키장이 워낙 넓어 붐비는 일이 없기 때문에 '복잡한 초급 슬로프를 벗어나고 싶은 욕구'를 덜 느끼기 때문에 그런 것도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스키 스타일의 차이입니다.
한국의 정설된 사면에서의 스키만이 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파우더 스키 인구가 더 많습니다.
눈도 많이 올 뿐더러 슬로프가 워낙에 방대하여 모든 슬로프를 관리할 수도 없습니다.
한국 스키장의 최상급자, 전문가가 레이서출신 데몬이라면, 미국에서는 익스트림 스키어가 최고이며 이들은 일반 스키장에 잘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영상으로나 볼 수 있는 절벽스키, 헬리스키 등을 즐기는 사람이 미국에는 상당히 많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연히 상급자를 향한 다져진 사면에서의 강습은 별 매력이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파우더를 우습게 보다가 낭패를 보는 상급자들이 간혹 있는데, 미국의 야생 파우더는 국내 스키장의 슬로프는 물론 일본의 잘 관리된 파우더와도 전혀 다릅니다.
경험이 없다면 선수 출신이라도 괴로움을 겪게 되는 곳이 바로 파우더입니다.
장비도 다르고, 느낌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눈속에 갇혀버리기 쉽거든요.

반면 한국은 100% 정설되고 다져진 슬로프인데다, 주말의 초급자 코스의 경우 발디딜 틈도 없는 수준이니 잘 타게 되어 사람이 적은 상급자 코스로 가고 싶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또한 초급자 코스는 한참 기다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도 눈 깜빡하면 내려올 정도로 짧으니, 사람도 적고 조금이라도 길게 내려올 수 있는 상급 코스로 가고 싶을 수밖에요.



<결론>

레이싱과 인터는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그 길을 달리합니다.
사실 레이싱은 스키의 성지인 오스트리아에서조차 생활스포츠는 아닙니다.
그렇지만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레이싱 여건이나, 레이싱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 역시 사실입니다.
물론 레이싱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거두기도 힘든데 무슨 투자냐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면 좋겠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레이싱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생활체육인 인터스키를 마치 엘리트체육인 것처럼 대회도 열고 회사들이 후원한다는 비난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레이싱 시장이 너무 미미하다보니 인터대회가 크게 느껴질 뿐, 멀리서 볼 때 그 정도는 생활체육대회 수준으로 보입니다.
간혹 자동차 등의 상품이 걸려있긴 하지만 그정도를 가지고 올림픽이나 월드컵에 비유할 수는 없겠지요.
규모가 큰 생활체육대회, 다른 종목으로 비유하자면 3:3 길거리 농구대회 뭐 그런 정도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레이싱이 본래는 엘리트 체육이지만 일반인이 참여할 수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마치 사회인야구와 마찬가지로요.
진짜 선수들처럼 하긴 어렵지만, 비슷한 기술을 따라하며 경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강정선, 한상률 선생님이 외치시는 것도 바로 이 사회인 레이싱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것이고, 그렇게 될 때 엘리트 레이싱도 발전이 있다는 말씀들을 하고 계시지요.
종종 열정이 넘친 과격한 표현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그분들의 주장이 전혀 틀린 것만도 아닙니다.
저는 그 두 분을 뵌적도 없고 단지 레이싱을 사랑하는 분들이라는 정도만 압니다만, 그런 분들마저 계시지 않는다면 레이싱에 대한 관심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르겠습니다..적어도 이 사이트에선요..


제가 이 글을 적은 이유는 그 두분께 왜 한국에서의 레이싱이 어려울까를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고,
미국의 예를 통해 다른 분들께 레이싱과 인터의 관계를 알려드리고 싶었던 것도 있습니다.
스키지도자협회와 스키협회가 길을 달리하되, 스키협회에서 선수들을 발굴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것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고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합니다.
의도와 다르게 두서없는 글이 되었지만, 일할 시간이어서 수정없이 그냥 올리겠습니다.



---먼 곳에서 한국의 스키 발전을 바라는 스키어 올림